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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그러나 일본이라는 곳은 과거 시대를 선도한 주역을 언제까지나 대접해주는 미적지근한 곳이었다.”

구마 겐고. (우치다 타츠루 편, <<인구감소는 위험하다는 착각>>, 김영주 옮김(위즈덤하우스 2019), 189.)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중 한 명인 구마 겐고가 사무라이의 역사를 빗대어 일본의 건축업을 정치와 결탁하여 겨우 목숨을 이어가는, 한물간 존재로 폄하하는 표현을 주저없이 써내려간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다. 일본 문화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돌려서 점잖게 표현하는 조심스런 태도’는 오간데 없고 매우 직설적으로 말해버리는 태도가 무척 낯설다.

마치 자신이 올라서 있는 사다리에 불을 지르는 듯한 무모함은 절박한 시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이 사람 성격이 원래 이렇게 과감한 것일까?

결국 구마 겐고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건축가로 대표되는 전문가 집단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미학의 대상으로 삼아 경직되고 화석화하는 경향’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건축가가 스스로를 예술가로 생각하면서 고상한 척 하지 말고 ‘생계와 밥벌이’라는 현실로 내려와 상업성과 실용성을 포용하라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조선시대에 유교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실용성을 추구한 실학자의 태도와도 비슷하다. 또한 자신이 성직자이면서도 교회에서 주는 지원금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노동을 통해 번 돈으로 선교 활동을 이어간 바울의 태도도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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