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나를 제외한 일반인의 대부분은 상식이 풍부하며 특히 중장년층의 경우 이들 인물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다.
사회 통념상 “잘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까다롭지 않은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들어는 봤다”와 “잘 안다”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행군이나 등산을 할 때 남은 거리에 상관없이 계속 “거의 다 왔다”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의 장식적 표현이다. 미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만나서 “와우 영어 잘 하시네요”라고 칭찬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청중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청중 가운데 실제로 해당 인물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이 5% 정도는 있을 것이므로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나머지 95%는 그냥 묻어가면 된다. 이것도 일종의 밴드웨건효과(bandwagon effect)인지도?
인용 사례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강연자 자신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자세히 연구해서 설명을 덧붙일 시간도 부족하고 이야기의 주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므로 “서로 아는 걸로 치고 넘어갑시다”라는 취지의 관용적 표현이다. 그러므로 위축될 필요도 없고 까다롭게 문제 삼을 일도 아니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된다. 해당 인물에 대해 관심이 있으면 알아서 찾아보면 된다.
실상은 특정 주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이 청중 가운데 섞여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여러분이 잘 아시는…”이라고 하면서 어물쩡 넘어가기 보다 인용하고자 하는 인물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배경 설명을 곁들여준다면 그저 출처를 알 수 없는 떠도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근거가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는 인상을 주어 강연 내용의 설득력과 신빙성도 높아지고 청중의 교양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좋을 것 같다. 나도 유념해야겠다.
최근 강남 교보문고에서 외국서적 재고떨이 할인세일을 하는데 G.K. Chesterton이 쓴
St. Francis of Assisi 라는 얇은 책이 눈에 띄어 냉큼 구입했다.
Joseph F. Girzone라는 카톨릭 신부가 쓴 서문부터가 흥미진진하다. 드디어 나도 성 프랜시스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