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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 니시우치 히로무,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

“내 아버지는 외과의사로 은퇴할 때까지 가족과 함께 지내는 날이 거의 없었고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일에만 몰두하셨다. 당신의 실패로 누군가가 목숨을 잃었을 때 본인이 용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끊임없이 ‘전력을 다해 일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 니시우치 히로무 지음, 신현호 옮김,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 통계학이 최강의 학문이다, 비전코리아 , 맺음말에서
이 책은 의대 출신의 저자가 쓴 통계학에 대한 안내서다. 의료 시스템에서 활용되는 통계학의 원리를 포함해서 주로 실용적인 측면에서 통계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서술식으로 쓰여있어서 흥미롭다. 책에서 언급된 통계학 이론에 대한 설명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거의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현이 더 사실에 가까울 듯–통계학이 얼마나 진지한 학문인지, 그리고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분야에서 통계학이 얼마나 중요한 기여를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며칠전에 미국에서 잠시 한국을 방문한 친구로부터 빅데이타와 관련된 연구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바로 그 다음 날 빅데이타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책 제목과는 달리 빅데이타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아니고 살짝 언급이 있는 정도다. 이 책 원서 제목 ‘統計学が最強の学問である(통계학이 최강의 학문이다)’에 빅데이터 이야기는 없는 걸로 보아 아무래도 번역서를 기획한 출판사에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살짝 끼워넣은 구절인듯. 말하자면 낚인 셈이지만 읽어서 손해보지는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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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 이재영 지음,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

“그러던 어느 날, 한 번은 강의가 끝나니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한다. “교수님 오늘 강의 정말 마음에 와 닿았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고맙다. 열심히 공부해라”라고 웃으며 대답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내 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 이재영 지음,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 한티미디어, p111
제목만 보면 자기계발서 같지만 내용의 상당부분은 원자핵공학을 전공하고 포항의 한동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의 수필인데 과학자이자 연구자로서 경험하고 느낀 것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책 전반에 걸쳐 세계적으로 뛰어난 천재 과학자들의 노트 기록 습관에 대한 일화가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는데 꽤 감명깊다. 읽으면서 “두 번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다. 참고: 저자 이재영 교수의 테크플러스포럼 2010 강연 동영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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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fated

아름다운가게에라도 가져가는 편이 나을 듯 싶다. 공연히 수선비만 날린 셈이 되었다. 이런 일을 당하고 나면 처음부터 쓰임새에 딱 맞는 옷이나 물건에 대한 감사함을 새삼 느끼게 되고 그런 제품을 일관성 있게 만들어내는 브랜드를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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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사의 2014 WWDC 키노트를 보면서 느낀 점

발표 동영상과 홈페이지 소개 내용을 보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다.

  1. 개인적인 인지능력의 변화: 애플사의 주요 발표가 있을 때마다 매번 자세히 살펴보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새로워졌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워 진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이거다!”라고 뚜렷한 감이 안 오는 것이다. 영어로는 “I don’t quite get it.”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술분야의 세부 사항에 대한 인지능력이 무뎌지는 것일까 아니면 정보기술에 대한 관심이 예전같지 않아서일까?
  2. 협업의 조건: iOS 상에서 개인의 건강정보를 종합 관리하는 도구인 Health 앱을 소개하면서 애플사는 Mayo Clinic을 비롯한 유수의 의료기관과 협력관계에 있음을 언급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대규모로 구현하려면 여러 조직 간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한데 조직이 커질수록 관료적인 관성이 커서 새로운 변화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이번에 발표된 Health app 개발과 활용에 있어 거대 기업과 거대 의료기관과의 협업이 가능한 것은 이 과정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애플사의 힘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 아닐까. 기술 협력에 있어서도 정치적 요소를 간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3. 문체의 변화: 애플사 홈페이지의 문체가 예전에 비해 읽기 어려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장이 깔끔하게 다듬어지기 보다는 주절주절 풀어서 썼다는 느낌. 그리고 단어의 선택도 예전에 비해 뭔가 길어진 듯 하다.
    “An elegant design that feels entirely fresh, yet inherently familiar. The apps you use every day, enhanced with new features. And a completely new relationship between your Mac and iOS devices. OS X Yosemite will change how you see your Mac. And what you can do with it.” — from Apple homepage
    이렇게 표현이 길어지는 경향은 영국 출신인 Jony Ive의 말투에서 처음 느꼈는데 애플사에서 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홈페이지 문장에까지 그 효과가 파급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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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 이상현 지음,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공간이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을 어떻게 길들이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다음 글에 잘 요약되어 있다.

“건축은 누군가를 길들이는 데 충실하게 봉사한다. 권력을 많이 가진 자의 건축일수록 길들이기를 더욱 강하게, 노골적으로 수행한다. 공권력의 정점을 찍는 궁궐 건축이 그렇고 신분제 사회에서 최상위 계급을 구성하는 양반의 집이 그렇다. 이런 공간에 살다 보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떤 자세로 해야 하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 이상현 지음,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 양반집과 궁궐, 도성과 현대 건축의 은밀한 이야기, 효형출판, p176
중앙일보는 2014년 5월 22일-26일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대통령 집무실 개조해야”라는 제목의 사설 (1) ‘각방 부부’ 같은 대통령과 참모들, (2) 박근혜, 당장 결단해야 한다, (3) ‘공간의 비밀’ 을 아는 선진국들을 통해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국가기관의 공간을 새롭게 설계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세계 주요 국가는 최고 권력자와 참모의 사무실을 다닥다닥 붙여놓는다. 대통령제든 내각책임제든 같다. 신속하고 밀접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건물을 짓거나 개조할 때마다 그들은 되도록 가까이 ‘밀집형’으로 만든다. 그런데 한국은 건물을 지을 때마다 ‘분리형’으로 간다. 도대체 이 나라는 세계의 흐름을 알기나 하는가.” — 중앙일보 사설, “대통령 집무실 개조해야 ③ <끝> ‘공간의 비밀’ 을 아는 선진국들“2014년 5월 26일
공간의 설계가 인간의 의식과 행동에 장기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아동기에서 청소년기에 이르는 12년 동안 하루의 상당 시간을 보내는 학교 공간의 바람직한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한편, 공간의 설계 방식이 의식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겠으나 반드시 결정론적인 지배를 받는 것은 아니리라. 인간의 의지와 창의력은 때로는 공간과 환경의 제약을 뛰어넘는 대안을 찾아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