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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Improvement

일본에 발뮤다(Balmuda)라는 가전제품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는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가전제품을 재검토해서 가전업계가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이럴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라고 일침을 놓는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을 보면 “아앗, 이런 데까지 신경을 썼구나”라는 묘한 질투심과 패배감 비슷한 것을 느끼곤 한다. 얼핏 보기에는 “이건 누가 해도 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런 일을 해내는 사람이 앞서 나가는 것이므로 발뮤다와 데라오 켄 대표에게는 경의를 품고 있다.

최근 출시한 제품은 The Light라는 이름의 탁상용 LED 조명인데 그림자가 생기지 않도록 조명의 반사 패턴을 디자인해서 사용자의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게 별건가 싶을수도 있지만 ‘그림자는 생기기 마련이다’라는, 업계에서 생각하는 “탁상 조명의 당연한 속성”을 비틀어 ‘그림자가 없으면 집중이 잘 된다’는 새로운 당연함의 표준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이 회사의 특별한 점이다.

고정관념에 발이 묶인 가전업계에 발뮤다가 의미있는 기여를 하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제품의 가격이 상당히 높다는 것. 어떻게 보면 사소한 개선을 한 것인데 기존의 제품에 비해 대략 4-5배 가격으로 판매한다. 예컨대 The Light의 한국 출시 가격은 499,000원이라고. (지금은 가격이 많이 내려갔지만 일반 탁상용 LED 조명이 처음 나왔을 때의 가격은 약 10만원 안팎이었다.)

이런 엄청난 가격 격차를 생각해 보면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제품을 살짝 손봐서 발뮤다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당연함”의 기준을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 없을까 하는 궁리를 하고 싶어진다. “당연함”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준 발뮤다의 기여를 존중하면서도 그 혜택을 조금 더 손쉽게 누리도록 하기 위한, 덜 우아하지만 쓸만한 대안을 찾고 싶은 것이다.

그림자를 없애는 것이 핵심이라면 가장 손쉬운 대안은 일반 탁상용 LED 램프를 3-4 개 구입해서 동시에 여러 방향에서 켜놓는 것.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LED 스탠드 중 저렴한 것은 2만원 안팎의 가격이므로 멀티탭을 포함해 10만원 대에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른 대안으로는 빛을 난반사 시킬 수 있는 반투명 필름을 소재로 해서 기존 LED 스탠드에 붙일 수 있는 부착물을 만드는 것. 물론 우아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림자를 없애서 집중력을 낸다는 효과를 얻는 것이 목적일 경우 하려고만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것이 이 제안의 요체다.

ㅈ다른 한편, 조명을 비롯한 여러 환경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신의 공부나 업무에서 성과를 이뤄낸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고, 책상을 정리하지 않아 지저분한 상태에서 공부하거나 음악 심지어 동영상을 틀어놓고 간식을 먹으면서 공부하겠다고 책상에 앉아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조명이 주는 집중력 개선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주문 버튼을 누르기에 앞서 책상에 앉았을 때 집중을 방해하는 결정적 요소가 과연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몇 발자국 물러나 보다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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