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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3배속 살림법

조윤경 지음, 3배속 살림법 – 수납의 여왕 털팽이식이란 책을 무심코 넘겼는데 수납 방법과 관련된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과 이미지를 활용한 정보 정달 방식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organizationbook2 저자는 먼저 주부를 비롯한 여러 여성들이 올린 글을 인용해서 사람들이 흔히 겪고 있는 살림과 관련된 고민거리를 보여주면서 현실을 조명하고 문제를 정의한다. 이어 문제를 겪고 있는 당사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워킹맘, 전업주부, 육아맘, 싱글족 등으로 유형을 구분하고(categorization) 각 유형의 특성에 따른 접근법의 핵심을 정리한다. 벌써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하다고 생각되는데 혹시 저자가 컨설팅 업체 출신이 아닐까 궁금해졌다. 살림에 드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문제해결 접근법의 핵심 포인트는 세 가지다.

  1. 15분 가사 – 가사일을 15분 단위로 끊어 표준화된 “단위(unit)”의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이 우선 훌륭하다. 업무의 단위 시간을 25분으로 규정한 뽀모도로 기법과 유사하다.
  2. 도미노 가사 – 관련된 task 몇 가지를 묶어 한번에 연속으로 처리하도록 한 것.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인지과학에서 말하는 덩이짓기(Chunking) 기법을 연상시킨다.
  3. 수납력 키우기 – 공간 배치와 관련된 것인데 이 부분은 (현재로서는) 나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라서 패스.
책 속에는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가 가득한데 그런 구체적인 이야기를 풀어놓기에 앞서 전반적인 접근법과 저자가 문제를 바라보는 틀(frame)을 깔끔하고도 설득력있게 정리해 놓았다는 점이 매우 인상깊다. 개별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앞서 전체를 포괄하는 접근 방식과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의 틀을 먼저 정의해 놓고 시작하는 문제 해결 접근 방식은 집안일 뿐 아니라 일반 회사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다. organizationbook3 또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적절한 일러스트레이션과 깔끔한 정보 배치를 통해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어서 정보 디자인 측면에서도 꽤 잘 만들어진 책이다. 저자와 편집자들에게 칭찬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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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get old

여름 내 초록색이던 나뭇잎이 가을이 되면서 저마다 다른 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았다. autumn_leaves2013a autumn_leaves2013e autumn_leaves2013b 어떤 나무는 화려한 모습으로 빛을 발하는 반면, 어떤 나무는 초라한 모습으로 빛을 잃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autumn_leaves2013c 어차피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어떤 낙엽은 그렇게 마지막까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autumn_leaves2013d 사람도 나이들어가는 모습이 저마다 다르다. 과연 사람은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나이들어 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을까? 히노하라 시게아키 옹처럼 103살이 되도록 매일 출근하면서 환자들을 돌보는 모습으로 알차게 살아가며 세상을 조금 더 밝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본인의 선택의 결과일까?

“의인은 종려나무 같이 번성하며 레바논의 백향목 같이 성장하리로다 이는 여호와의 집에 심겼음이여 우리 하나님의 뜰 안에서 번성하리로다 그는 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니 여호와의 정직하심과 나의 바위 되심과 그에게는 불의가 없음이 선포되리로다 ” — 시편 92:12-15 (개역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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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handle robust problem

우리 생활 주변에는 아무리 제거해도 다시 등장하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있다. 화장실 욕조 주변의 곰팡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방 안 냄새, 청소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저분해지는 아이들 방, 그리고 동네 어귀에 무단으로 버려지는 쓰레기가 그 예다. 위의 사진은 어느 동네를 지나다 발견한 모습. 신고 안내 게시물의 내용으로 보아 이미 6개월 전에 붙여 놓은 듯 한데 문제가 전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지점은 초등학교 바로 앞이고 약 100미터 거리에 관공서가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시스템 이론에서는 다양한 변화의 자극을 주어도 원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robustness(강인성)라고 부르고 어느 정도 변화를 주어도 원상태로 돌아오는 능력을 resilience(회복력)라고 부른다. 이런 특성은 일반적으로는 매우 좋은 것이지만 위의 경우와 같은 상황에서는 아주 골치 아픈 문제가 된다. 말콤 글래드웰이 지은 베스트셀러 티핑포인트에서 언급된 깨진 유리창 이론은 무단 유기 등의 행동을 불러 일으키는 초기 환경 요인(예컨대 신경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상징하는 동네 폐가의 깨진 유리창)을 제거하는 것이 사회 무질서를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한다고 말하긴 하는데 위의 초등학교 앞 길가에 반복해서 쌓이는 쓰레기의 놀라운 회복력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동네에서 무단 투기하는 쓰레기가 집결하는 특정 지역(hotspot)이 따로 존재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심지어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으슥한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독 쓰레기를 불러모으는(attract) 장소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배경의 원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마치 학교와 같은 큰 사회조직 내에서 누군가가 특정 약자를 괴롭히기 시작하면 여럿이 계속 그 사람을 괴롭히게 되는 안타까운 파괴적 사회적 행동 패턴이 발견되듯이 지역이나 공간에도 여기에만 오면 왠지 행동을 함부로 하게 된다는 무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적 취약성(spatial vulnerability)이라는 창발적 특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아인슈타인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그 문제가 발생했을 때와 동일한 이해력 수준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라는 말을 했다고들 하는데 위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이론을 공부해야 할까? 다른 관점에서, 어느 지역에 쓰레기가 포화상태일 때 어느 지점에 누군가가 쓰레기를 버리는 초기 상태(쓰레기의 핵–nucleus)를 만들어 버리면 이후에 그곳에 다른 쓰레기가 집결하게 된다는 모델을 통해 설명할 수 있을지도. 아파트 단지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는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와 시간 등의 규칙이 이미 정해져 있어서 어느 정도의 질서가 유지되는 반면 단독 주택이 모여 있는 동네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어디인지에 대한 규칙이 느슨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집앞”) 결과적으로 혼란스러운 형국이 되어 버리는 것일까? 쓰레기의 초기 집결 지점(controlled nucleus)을 지역자치단체에서 미리 정해버리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 그렇지 않아도 공간이 부족한데 별도의 쓰레기 수거 장소를 동네 어귀마다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성은 낮아 보인다.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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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ricultural information technology (AIT)

농산품 유전자 검사 기기 오늘자 Nikkei Business Online에는 일본의 거대그룹 도시바에서 농업 비즈니스에 진출하기 위해 DNA 검사기기를 개발 중이라는 기사가 실려있다. 같은 품종의 농축산물의 유전자 배열이 가지는 규칙성을 이용해서 특정 쌀이나 고기가 정말 고시히카리 종인지 정말 일본토종 소고기인지, 그리고 유전자에 이상한 변형이 있는지 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검사에 사용한다는 이야기다. 쌀 종류의 경우 약 300종을 분별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아직은 시제품 상태(working prototype)라고. 도시바의 이런 행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이미 1991년에 전력을 이용해 유전자를 검사하는 기술을 발명하고 2000년 경부터 유전자기술 사업화에 돌입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역시 바이오 비즈니스는 상업화에 걸리는 시간이 상당하다는 것과 엄청난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를 계속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응용하면 기존의 “생산자 이력 증명”에서 나아가 “유전자 검사필 (DNA Certified)” 농산품 판매도 가능해지리라 예측할 수 있다. 음식물에 대한 불안감이 깊어질수록 이런 상품에 대한 수요가 올라갈 듯 하다. 2. 방사능 검사 인증제도? 평상시 섭취하는 음식 재료에 무엇이 들었는지 일일히 검사하지는 않지만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소비자들이 수돗물 대신 정수기에서 나온 물을 선택하는 걸 보면 꼭 필요한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뭐라도 한 단계 거치면 안심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배경에서 방사능이 실질적으로 검출되지 않은 식재료임을 검증하는 “방사능 zero 검사필” 인증 제도가 조만간 나올 법도 하다. (다만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동위원소는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절대적 의미에서의 방사능 zero는 달성하기 어려우니 표현을 잘 선택해야 무리가 없을 듯 하다.) 3. Private Produce Plan (PPP) Subscription Kit 그래도 마음이 불안한 사람들을 위해 집에서 직접 길러 대략 2-4명이 먹을 수 있는 만큼의 곡식과 채소류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내는 시스템이 개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선된 씨앗과 퇴비와 흙을 최적화된 계획표에 의해 주기적으로 배달해주고, 인공조명과 자동관수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발생하는 부산물은 업체에서 수거해가는 체계가 될 듯. 아무리 생각해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시스템이 되겠지만 이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아주 없지는 않을 듯. 4. Don’t Ask Policy 음식에 대한 편집광적인 불안감은 오히려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피해를 일으킬 우려가 높으니 그저 “묻지 말고 먹으라”라는 조언을 따라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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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지음, 성과를 지배하는 바인더의 힘

binderbook2 강규형 지음, 성과를 지배하는 바인더의 힘 (스타리치북스 간) 재미있고, 잘 쓰였고, 유익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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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fl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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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for impactful meeting

정책브리핑 사이트의 청와대 브리핑 목록을 살펴보면 언론에 일일히 소개되지 않지만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외국 정부 대표 뿐만 아니라 거대 기업의 대표나 저명한 사상가나 작가 등을 만나서 환담을 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오후 로얄 더치 쉘(이하 쉘)의 「피터 보저」(Peter Voser) 대표이사를 접견하고 안정적인 LNG 공급을 위한 협력과 무역·투자 분야의 협력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 — 청와대 브리핑, 「피터 보저」 로얄 더치 쉘 대표이사 접견 관련 브리핑 기사 중 일부
“박근혜 대통령은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빗과 그의 부인 도리스 나이스빗을 15시부터 15시 45분까지 약 45분간 접견을 통해, ‘미래 트랜드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창조경제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존 나이스빗(84세)은 82년 이후 메가트랜드 시리즈를 출간(1400만부 이상 판매), 엘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학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 — 청와대 브리핑, ‘존 나이스빗’ 미래학자 접견 관련 브리핑 기사 중 일부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는 “이번 방한에 교황님께서 대통령께 아주 특별한, 특별한, 특별한 선물(special, special, special gift)을 드리라고 보내주셨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귀한 선물을 주셔서 교황님께 감사 말씀 드려주시기 바란다.”고 화답했습니다. […]” — 청와대 브리핑, ‘페르난도 필로니’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접견 관련 브리핑 기사 중 일부 (*여기서 언급된 “특별한x3 선물”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브리핑 기사에서는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을 돌아가면서 만나야 한다면 매번 어떤 내용으로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갈피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절한 대화 소재를 발굴하고 나라를 대표하는 이로서 언급할 내용의 방향과 언급해서는 안 되는 내용에 대해 아무리 보좌관이 도움을 준다고 하더라도 표면적이고 기계적인 인사치레에서 그치지 않고 매번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는, 깊은 인상을 심어주려면 남다른 인격적 깊이와 인간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겠지. 보다 깊은 인상을 남기는 면담을 디자인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하는 것일까? 진정성은 필요에 따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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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 2013

2013년 10월 13-17일 동안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세계에너지총회 2013가 무사히 막을 내렸다. 이 회의에서 “에너지 삼중고(energy trilemma)“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 관련 난제 세 가지란 다음과 같다:

  • energy security (에너지 안보)
  • energy equity (에너지 형평)
  •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환경 지속가능성)
이 세 가지 문제를 다루기 위해 변화를 위한 10 가지 행동 강령(10-point Agenda for Change action plan)을 다음과 같이 내놓았다:
  • Action 1: Connect the energy trilemma to the broader national agenda
  • Action 2: Provide leadership to build consensus – nationally and globally
  • Action 3: Improve policymaker dialogue
  • Action 4: Increase engagement with the financial community
  • Action 5: Minimise policy and regulatory risk and ensure optimal risk allocation
  • Action 6: Adopt market-based approaches to carbon pricing to drive investments
  • Action 7: Design transparent, flexible and dynamic pricing frameworks
  • Action 8: Drive (green) trade liberalisation
  • Action 9: Meet the need for more research, development & demonstration (RD&D)
  • Action 10: Encourage joint pre-commercial industry initiatives, including early large-scale demonstration and deployment.
얼핏 보면 막연한 이야기라서 읽어봐도 머리에 잘 안 들어오지만 국제회의라는 곳에서 내놓는 결과물이 대체적으로 이런 모호한 분위기인 경우가 많은 듯 하니 익숙해질 필요도 있겠다. 참고: WEC 2013 주요 행사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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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P 바인더 사용법 설명회 참가 후기

본깨적을 읽고 나서 책에 소개된 3P 바인더에 관심이 생겨 매주 목요일 저녁, 양재역 부근 3P 바인더 본사 회의실에서 열리는 3P 바인더 사용법 설명회에 가 보았다. 다음은 참석하고 느낀 점:

  1. 참가비 2만원을 받는 두 시간짜리 유료 강의인데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2. 모르고 갔는데 참가자에게 샘플 바인더와 김밥을 제공한다.
  3. 이 회사에서 제시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정식 버젼을 구입해야 한다.
  4. 바인더 사용법을 배워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15-20명 가량 모이는데 왠지 모두 비슷한 유형–꼼꼼하고 의욕적이지만 약간은 소심한–의 사람들일 것 같다.
  5. 이 강의는 가장 기초적인 강의인데 훨씬 많은 내용을 전수하는 전문 강의(모두 유료. 공짜는 없음)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6.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 회사의 대표인 강규형 대표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그가 30년 가까이 축적해 놓은 각종 도서와 바인더 모음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현장 투어”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강규형 대표는 바인더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정말 오랫동안 체계적이고도 꼼꼼하게, 일관된 기록 체계를 유지해왔다.
  7. 기록도 기록이려니와 강규형 대표는 책도 엄청나게 많이 읽었다. 사무실 3면 가득 책이 꼽혀있는데 강사의 말로는 집에도 그만큼 또 있다고. 만약 독서가 경쟁력이라면 이 사람에 비하면 나는 한참 멀었다.
  8. 강규형 대표가 1990년에 이랜드에 근무할 당시 이랜드 박성수 사장의 강의를 기록한 바인더를 펼쳐보았다. 그 안에 기록된 박성수 사장의 사업에 대한 통찰력의 예리함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통찰력이 경쟁력이라면 나는 까마득하게 멀었다.
  9. 허락된다면 강규형 사장의 방을 도서관처럼 드나들면서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다.
2만원을 내고 자신이 한참 하수(下手)임을 자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그건 매우 가치있게 사용된 2만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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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책의 효과

콰이어트“에서 말하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사람과 만나 이야기할 때 에너지가 쉽게 고갈되고 빠른 시간 내에 피로가 몰려와 눈이 침침해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여러 사람과 섞여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충전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간혹 사업 등의 이유로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이들 간에 서로 격식을 차리느라 피상적인 이야기만 어색하게 이어질 경우 겉으로는 애써 미소띤 표정을 유지하지만 속으론 차라리 같은 시간에 책을 읽는 편이 훨씬 더 유익하고 보람이 있을텐데 하고 아쉬워하곤 한다. 나는 어떤 독서모임에 4년째 소속되어 있는데, 매달 한 권씩 책을 선정해서 같이 읽다보면 평소 절대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도 어쩔 수 없이 읽게 된다. 그런데 그런 책도 읽다 보면 좋은 점이 있다. 독서 모임에서 선정한 책이라 가능하면 끝까지 읽어 가려고 노력하기에 익숙하지 않은 문체와 생각을 몇 시간에 걸쳐 상대하는 과정에서 갈수록 저자의 입장이 이해되고 껄끄럽게 생각되던 저자의 말투나 관점을 조금씩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 공유하는 바가 깊지 않은 상대와의 만남을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사회 생활에서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는 남이 골라준 책을 좀 더 많이 읽어야겠다.]]>